[영화리뷰] 상처 받은 삶을 살아가는 부녀 '흔적 없는 삶'
주말 아침 잔잔하면서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싶어서 검색을 하던중 마음에 쏙 드는 영화 포스터를 발견했다.
Leave no trace(흔적 없는 삶) 라는 영화의 제목과 숲 속을 걸어가는 부녀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가 매치 되지는 않았지만,
sf 가 주류인 요즘의 영화계에 흔치 않은 소재이기에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줄거리)
영화는 아프칸 파병의 후유증으로 PTSD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단둘이서 산 속에서 살고 있는 딸의 이야기이다.
전쟁의 후유증 때문에 사람들과 같이 있는걸 힘들어 하며, 잠들지 못하는 아버지 곁에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은
산을 수색하던 경찰에게 붙잡히면서, 사회복지사와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일자리를 얻고 집을 구하지만 결국 도망치고 만다.
이런 과정에서 아버지는 끊임 없이 사람들을 밀어내고, 반대로 딸은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10대 소녀의 평범한 삶과, 아픈 아버지 곁을 지키는 삶의 선택에서 고민하는 딸은 산 속에서 아버지의 부상으로
우연히 만난 캠핑장의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양봉장의 벌을 맨손으로 만지는 법을 배우며, 그동안 두려워 하던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에 어울리면서 살아갈 준비를 하지만,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아버지에게 이런 세상은 너무나 힘들기만 하다.
결국 아버지는 산으로 다시 떠나게 되고 그런 딸은 아버지를 위해, 산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나무에 먹을 것과 필요한 것을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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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아버지가 앓고 있는 PTSD 는 많은 아프칸 참전 군인들이 앓고 있는 전쟁 후유증으로 미국 정부는 항정신성 약을 처방해 줄뿐
본질적인 회복을 돕지 못한다. 때문에 아버지 처럼 많은 참전 군인들이 고통 받고, 영화에서 딸이 읽는 신문에 참전 군인의 자살 소식이
보인다. 딸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아버지가 신문 속에 나오는 군인처럼 될까봐 결국 아버지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극적인 장면과 사건은 없지만 몰입도가 굉장했다. 아버지와 딸의 대화에서 치료할 수 없는, 상처 받은 삶을 살아가는
부녀의 모습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한계가 있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서로를 의지하는 부녀의 사랑 사이를 애매하게 보여줘서 명확한 주제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부연설명이 부족한 아버지의 병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작중 답답한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기 쉽고 조금더
목소리 있는 영화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